알레르기가 의심되어 병원에 오면 일단 환자의 증상에 대해 자세히 과거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면서 진찰을 한 후 본격적으로 알레르기 피부시험이나 혈액검사를 시행하게 되는데 이때 ‘아기가 우유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혹은 계란이나 콩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 당장 아이 엄마는 ’그럼 우리 애는 평생 이걸 못 먹어서 어떻게 해요?‘ 하고 반문하면서 난감해 합니다. 그러나 대개는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식품 알레르기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호전되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물론 평생 동안 알레르기가 지속되는 식품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식품이 있습니다. 채소, 과일 고기류 등등, 또 나라마다 조리법이 틀려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의 수는 이루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 입니다. 나처럼 먹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우리나라는 참으로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세상의 온갖 음식이 다 들어와 있어 생각만 해도 먹고 싶은 음식이 참으로 많습니다. 다양하고 감칠 맛 나는 우리 고유 음식 뿐 아니라 자장면, 짬뽕 등 중식, 초밥, 회와 같은 일식, 스파게티, 피자 등 이태리 식, 고상하고 맛깔스런 프랑스 식, 태국 식 ,터키 식, 이란 식, 등등.......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렇게 많은 음식물 중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Big7‘로 불리는 우유, 계란, 대두, 밀, 땅콩, 생선, 갑각류 등이 대게 90%를 차지합니다. 물론 이러한 빈도는 나라마다 음식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메밀에 대해 알레르기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어떤 식품은 나이가 들면 좋아지고 어떤 종류는 평생 죽을 때까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우유, 계란, 콩 등은 나이가 들면서 호전되어 점점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확률이 적어지고 땅콩이나 아몬드, 헤즐넛 등과 같은 견과류, 일부 생선이나 갑각류 등은 평생을 지속할 수가 있어 식사할 때나 식품을 섭취할 때 평생 주의를 요하게 됩니다.
어떤 의사들은 “면역주사처럼 이런 식품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 조금씩 먹으면 면역성이 강해져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환자에게 시도하려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방법으로 좋아지는 것보다 증상이 악화되거나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 쇼크현상이 일어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식품알레르기는 일반 집 먼지나 꽃가루 알레르기하고는 좀 다른 기전으로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식품의 종류마다 나타나는 현상이 다른 것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져 있질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 여러 학자들이나 알레르기 치료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나이가 들면서 알레르기 증상이 사라지는 기전을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 같이 들립니다. 이러한 간단한 수수깨끼 같은 현상에 부딪히면 최근 “줄기세포다, 유전자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하면서 여러 분야의 의학이 있는 것을 보면 감히 신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아직 멀었다고 느끼고 이러한 불가사의를 창조한 신에 대한 경외감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역시 인간은 신 앞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